티스토리 뷰

잡잡소리

여자가 무서운 남자?

13시59분 2023. 8. 9. 21:55
728x90
반응형

최근 친척 결혼식을 갔다가 들은 얘기다

 

난 이미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나이지만 여자친구 조차 없다

 

그런 내게 외삼촌과 얘기중 뜬금없이 "여자가 무섭냐" 는 질문을 들었다

 

너무 당황해서 급하게 여자가 무서울리가 있냐는 대답을 했지만

 

그렇다. 사실 난 여자를 무서워 하는지도 모른다

 

미취학유년시절 유치원에서 여자아이를 잘 놀리곤 했는데

 

주로 이름이나 외모로 놀리곤 했다

 

 이런 기억은 남자라면 대부분 갖고 있거나 봐온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난 그렇게 초등학교로 진학하고 급작스러운 성향 변화와

 

적응 안되는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격한 성격변화가 생겨버렸다

 

저학년의 아이들은 지나친 활동성으로 여자고 남자고 구분이 안될 행동 양식을 갖는다

 

그리고 내가 자라오던 시절은 성평등의식이 급격히 향상되던 시기여서 그런지

 

유치원때와는 다르게 성별에 대한 차등적용이 없었다

 

90년대 후반 조폭마누라 라는 영화가 등장하며 

 

초등학교 여자애들은 그 영화에 힘입어 남학생들은 패고 다니는 것을 자부심을 느끼며

 

드센여자아이들은 자칭타칭 조폭마누라 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내 의식도 여성이 우위에 서는 사회현상이 당연한 듯이 주입 된 것 같다

 

여기서 부터 여성이 무섭다는 의식이 아주 조그맣게 나마 형성되어가는 계기로 작용 한 듯 하다

 

그래도 내 성별은 남자니까 언제나 힘을 갖고 듬직하게 나아가야 했겠지만

 

내 발육은 거기에 맞춰지지 않았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변성기는 오질 않았고 친척들과 전화통화를 하면 매번 누나와 착각하기 마련이었다

 

목소리가 여자같아서 놀림 받진 않았다. 목소리가 컴플렉스여서 말을 아예 안했기 때문에..

 

지금도 말은 되도록 줄이는 편이다..어린 기억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2학년이 되서야 변성기가 찾아와서 기껏 정상적인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말수가 적은 아이였다

 

키가 훌쩍 크고 얼굴에 각이 생겨도 여전히 난 나약한 존재 였다

 

중학교 일진들은 기회만 보이면 삥을 뜯고 일진여학생들은 내게 생일선물로 요구하는 인형이나...그런것들이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3년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중학교 2학년 초반 동성으로 부터 성추행을 당한 일도 있었다

 

하교하면서 지하철역을 하나 지나가는데 

 

그때 어떤 고등학생? 같은 사복입은 반삭머리의 남자가 어깨동무를 하며 나를 채갔다

 

너무 당황했지만 그놈은 끊임없이 말을 붙이고 레슬링을 가르쳐준다며 어디론가 끌고 갔다

 

정말 심장이 두근거리고 무기라고 할만한게 없어서 주머니에 있는 집열쇠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한대 치면 해결될까 생각하며 계속 끌려갔다

 

하지만 주먹한대 친다고 해결 될 것 같지 않아서 거의 포기상태로 붙잡혀갔다

 

그놈의 집같은 반지하방에 멱살을 잡혀 끌려들어가고 

 

놈은 바지를 벗고 (팬티는 입은 상태) 내 위로 올라와서 연신 비벼대기 시작했다

 

몇분 비벼대더니 지쳤는지 돈이 있냐고 묻더라...하 역시 삥뜯기인가

 

신발주머니에 500원이 있었는데 그걸 주었더니 더 없냐고 협박을 하더라

 

사실 난 삥을 자주 뜯겨서 지폐는 양말에 넣어두고 다녔는데

 

그걸 끝까지 얘기 안했다.

 

그랬더니 그냥 집에가라고 보내주더라...서둘러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챙기고 뛰쳐나왔었다

 

이 기억이 너무 선명하고 짜증나서 지워버리고 싶어도 지워지질 않는다

 

그때 당시에는 얼떨떨하고 멍하게 지나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현격하게 내 심리를 망쳐버린다

 

이제서야 누구나 갖고 있는 아픈기억들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흘려보내지만

 

아마 늙은 노인이 되서도 이 기억 만큼은 남을 것 같다

 

아무튼 중학생 때는 참 암담한 기억밖에 남질 않았다

 

고등학교는 조금 먼 지역으로 지원해서 갔는데

 

남고를 갔다 이건 아마 좀 위안이 되는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

 

예상대로 분위기는 정말 어두컴컴하고 딥다크판타지였다

 

끊임없이 혈투가 벌여지고 단순한 말싸움이 주먹다짐이 되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그렇다 그건 공업고등학교였다

 

선생님들은 매일매일 당구큣대와 야구방망이, 골프채로 학생들을 패댔다

 

난 여기서 최대한 맞지 않는 방법으로 조금이나마 공부를 했고

 

꼴통고등학교에서 전교4등으로 마무리했다

 

대학을 무사히 진학하고 20살엔 여자친구도 사귀었다

 

군대를 가며 헤어졌지만 너무 좋은 연애였다

 

누구나 그렇듯 20살의 연애는 뜨겁고 또 뜨거웠다

 

학점이 1점대가 나올 정도로...

 

전역하며 여성상위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투부터 팬스룰까지 정말 급격하게 남자는 아무것도 안해도 죄인이 되는 사회가 됐다

 

전역 후는 내가 음악을 하며 여러 여성들과 접촉하는 시기였는데

 

이때 내 원칙은 절대 말도 안섞고 눈도 되도록 맞추지 않는 형식이었다

 

툭하면 남자는 성범죄자가 되고 그게 심심치 않게 뉴스로 나왔다

 

난 그때 너무 겁을 먹었고 외모도 좋지않고 몸매도 좋지않고 말솜씨도 좋지않았기에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내 살길이라 판단했다

 

그 결과 그 어떤 여자와도 말을 섞는 것이 내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되고

 

직장생활도 호텔에서 하며 여자직원이 많은 호텔의 특성상 

 

난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 있는 듯이 투명인간처럼 행동하기를 반복했다

 

이런 나날이 반복되며 아마 난 여자가 무서워지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음악 생활을 끝내고 막노동을 하던 시절마저

 

회식으로 노래방에 가며 도우미를 불러도 절대 터치하지 않았다

 

말을 먼저 걸지도 않았고 반응도 크게 해주지 못했다

 

심지어 2차를 가도 꼬치가 서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맞다 정말 여자가 무서운가보다...

 

그래서 외삼촌의 질문에 너무 놀라고 반사적으로 크게 부정했나보다...

 

이제와서는 20살때 여자친구를 사귀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다신 없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버렸다

 

내 일생에 다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아마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또 내 머릿 속을 비우려 한다

 

 

 

 

 

 

 

 

 

 

 

 

 

 

반응형
댓글
250x250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